물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 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 보고
자기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 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 2023년 8월 1일 화요일입니다.
흐르는대로 가는 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정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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