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가늘어지고 있다 _ 박노해

시 쓰는 마케터 2023. 8. 29. 08:22

 

 

가늘어지고 있다

 

                             박노해

 

 

태풍이 지나가고

폭염이 지나가고

장마가 지나가고

 

가야 할 것이 지나가고 있다

 

햇살이 가늘가늘

바람이 가늘가늘

꽃잎이 가늘가늘

 

모든 것이 가늘어지고 있다

 

그대 눈빛이 가늘어지고

내딛는 걸음이 정연해지고

내 안이 섬세해지고 있다

 

투명한 비움

선선한 고요

은미한 성숙

 

지나갈 것이 지나가고 있다

걸어올 것이 걸어오고 있다

추상(秋霜)의 때가 오고 있다

 

성큼, 가을이 마주오고 있다

 

 

* 2023년 8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옳은 선택은 많은 경험에서 나오고, 좋은 경험은 모든 실수에서 얻어집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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