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로터리
조병화
가을비 멎은 혜화동 로터리 저녁 부근은
으스스 그림자 없는 슬픔
벨르레에느의 슬픈 가을보다
내 가을이 더욱 슬프구나
사랑하던 사람도 슬퍼하던 사람도
가슴에 젖어지는 어젯날의 꽃송이
우수수 낙엽이 내리는
가는 정이 차구나
비야 내리다 멎고
마음은 줄줄이 고이는 저녁
아픈 사람아
두고 가는 정에 서 있는 가로등
홀로를 둘둘 말고 살아 있는
가을 저녁이
가을비 멎은 혜화동 로터리
으스스 그림자 없는 슬픔이 차다
*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는 것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을 믿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과 근심 _ 한용운 (3) | 2023.11.16 |
---|---|
나뭇잎 하나 _ 신달자 (4) | 2023.11.15 |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_ 고두현 (5) | 2023.11.13 |
다락방 _ 나태주 (25) | 2023.11.10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류시화 (17) | 202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