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임에 대하여
안오일
책장 정리를 하는데
덜 찬 책꽂이의 책들이
자꾸만 빈 공간 쪽으로 쓰러진다
책 한 권 비스듬히 세워놓으면 되는데도
번듯한 폼에 어긋나므로
몇 번이고 바르게 세워보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결국 맨 끝 쪽 책을 약간 기울여 놓으니
기울임에 살짝 의지하여
바로 서는 책들,
기울인다는 건
불안한, 거슬리는, 한쪽이 낮아지는
그렇게 폼 잡을 수 없는
도둑맞은 생의 각도 같은
그 기울임이 다른 생을 일으킨다
애당초 기울임 속에
바로 선 것들이 살고 있다
* 2024년 1월 29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시선을 조금 기울여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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