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겨울나기 _ 도종환

시 쓰는 마케터 2024. 1. 25. 08:12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 2024년 1월 25일 목요일입니다.

편한 사람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좋은 사람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울임에 대하여 _ 안오일  (20) 2024.01.29
꿈 _ 서홍관  (22) 2024.01.26
쉼표 _ 이선명  (33) 2024.01.24
물 위를 걸으며 _ 정호승  (18) 2024.01.23
눈 온 아침 _ 신경림  (20) 2024.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