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분수 _ 김춘수

마음은 늘 어린 아해 2025. 4. 16. 08:57

 

 

 

분수

 

                         김춘수

 

 

1

발돋움하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 하는가

 

그리움으로 하여

왜 너는 이렇게

산산히 부서져서 흩어져야 하는가

 

2

모든 것을 바치고도

왜 나중에는

이 찢어지는 아픔만을

가져야 하는가

 

네가 네 스스로에 보내는

이별의 

이 안타까운 눈짓만을 가져야 하는가

 

3

왜 너는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떨어져서 부서진 무수한 네가

왜 이런

선연한 무지개로

다시 솟아야만 하는가

 

 

* 2025년 4월 16일 수요일입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입니다. 

희생자 304명의 넋을 기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 _ 나태주  (1) 2025.04.18
순간 _ 문정희  (1) 2025.04.17
나무를 낳는 새 _ 유하  (1) 2025.04.15
사랑굿40 _ 김초혜  (1) 2025.04.14
문 _ 이지담  (1)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