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봄, 봄이여 _ 임영준

시 쓰는 마케터 2018. 4. 3. 11:59




 

봄, 봄이여


                             임영준



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

경춘선 열차에서
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리자

굶주린 그네들의 몸부림도
물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버렸겠지
밤새 지피던 모닥불에 
활활 타오르고 말았겠지

한때 냉엄한 바람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달콤한 손길마저 뿌리치게 되었는가

더 이상 눈 돌릴 수 없는 봄, 봄이여




* 2018년 4월 3일 화요일입니다.

평화와 인권에 대한 사건인 제주 4.3 항쟁 70주년입니다.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립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