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poetry 62

하루만의 위안 _ 조병화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잊어버려야만 한다.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나도 또 하나 작은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눈을 감으면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잔디밭에 누워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그 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그 날이 오면잊어버려야만 한다.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2026년 4월 22일 수요일입니다.답이 없을 때는 다음 문제로 넘..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_ 신현림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신현림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훗날에 흐려질 기억과한 사람으로 괴로웠다훗날에 잊혀질 방에서아름다운 모차르트를 틀어놓았다훗날에 사라질 내 젊은 육체를어두워진 창문에 걸어두었다창 밖에 바람이 분다창 밖의 육신이 흩날린다창 밖의 바람이 속삭인다˝모든 건 사라지기에 아름답고삶은 짧기에 매력이 있는 거야˝창 밖의 육신이 사라진다 * 2026년 4월 21일 화요일입니다.의사소통의 최대 적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착각입니다.진짜 의사소통을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After Drinking Today’s Last Cof..

벗에게 부탁함 _ 정호승

벗에게 부탁함 정호승 벗이여이제 나를 욕하더라도올 봄에는저 새 같은 놈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봄비가 내리고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벗이여이제 나를 욕하더라도저 꽃 같은 놈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2026년 4월 20일 월요일 절기상 곡우입니다.봄의 마지막을 알리는 봄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백곡이 기름지는 하루 되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 A Request to a Friend Jung Ho-seung My friend,Even i..

풀밭에서 _ 조지훈

풀밭에서 조지훈바람이 부는 벌판을 간다.흔들리는 내가 없으면 바람은 소리조차 지니지 않는다.머리칼과 옷고름을 날리며 바람이 웃는다.의심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나직히 바람이 되어 흐르는소리.어디를 가도 새로운 풀잎이 고개를 든다.땅을 밟지 않곤 나는 바람처럼 갈 수가 없다.조약돌을 집어 바람속에 던진다.이내 떨어진다. 가고는 다시 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기다리기에 나는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차라리 풀밭에 쓰러진다.던져도 하늘에 오를 수 없는 조약돌처럼 사랑에는뉘우침이 없다.내 지은 죄는 끝내 내가 가지리라.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바람 속에 간다. * 2026년 4월 17일 금요일입니다.호기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초능력이라고 합니다.초능력을 발휘하는..

꽃을 보려면 _ 정호승

꽃을 보려면 정호승꽃씨 속에 숨어 있는꽃을 보려면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꽃씨 속에 숨어 있는잎을 보려면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꽃씨 속에 숨어 있는어머니를 만나려면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꽃씨 속에 숨어 있는꽃을 보려면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2026년 4월 16일 목요일입니다.우리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조연으로 보는 법입니다.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는 주인공임을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To See the Flower ..

4월에 태어난 그대 _ 박정래

4월에 태어난 그대 박정래당신 생일에 붉은 동그라미 치며황사바람으로 목이 매캐해지네냉이 캐는 들녘의 아낙들은해 지는 줄 모르고아마도 그런 고즈넉한 어둠이바쁘게 밀려가고 오던 그런 때 아니던가쥐불 쫓으며 아쉬운 초저녁 달불쑥 따서 속 빈 밭고랑에 심으며보리 싹 맥없이 바람에 눕고그 파도 위에 당신을 둥근 박에 싣고떠 보내는 4월은 그래도 희망의 봄전신으로 전해오는 생명의 전율 모두 모아 뚝배기에 넣고보글거리는 달래 된장찌개 한 술 떠당신 입에 넣네, 밤 소쩍새 소리 들리고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작은 행복당신이 태어났다는 걸 기억하게 하는 것전생을 열여덟 번 돌아현생에서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된들4월에 태어난 이 모든 것을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4..

목련 _ 박종해

목련 박종해 가슴 설레이게 하는 눈부신 맨살그대 백옥의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며나의 창가에 다가와 있구나한 사내를 위해 일생을 바친이름없는 여인의 생애바람같이구름같이떠도는 한 사내를 위해그대는 순종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다.스스로 몸을 일으켜순결하게 피는 꽃 * 2026년 4월 14일 화요일입니다.항상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핑계가 많은 법입니다.시간을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Magnolia Park Jong-hae Dazzling bare skin that makes the heart flutter,With you..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2026년 4월 13일 월요일입니다.겨울이 가면 봄이 오기 마련입니다.봄을 맞이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Spring Lies Before You ..

담쟁이 _ 도종환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대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 2026년 4월 10일 금요일입니다.희망은 목표가 생길 때 힘을 발휘합니다.목표를 잡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Ivy Do Jong-hwan "..

배꼽에 손이 갈 때 _ 유안진

배꼽에 손이 갈 때 유안진 생각할 게 있으면가슴에 손을 얹는 이이마를 짚거나 뒷머리를 긁는 이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이엉덩이를 꼬집는 이도 있지만나는 배꼽에 손이 간다 낯선 이들하고도 아무리 가족호칭으로 불러도한 가족이 될 수 없고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사니까진실은 천륜의 그루터기에서 나온다 싶어서어머니와 이어졌던 흉터만 믿고 싶어서출생시의 목청은 정직하니까배꼽의 말은 손으로만 들리니까 이만하면 배부르다이만하면 따뜻하다너무 생각 말거라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 2026년 4월 9일 목요일입니다.모든 실패는 좀 더 현명하게 시작할 기회입니다.현명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