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농무 _ 신경림

마음은 늘 어린 아해 2025. 6. 13. 08:11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펀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 2025년 6월 13일 금요일입니다.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빨리 포기하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잘 선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