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_ 황동규

마음은 늘 어린 아해 2026. 5. 4. 08:39

 

 

 

그리움은 게 한마리의 걸음마처럼

                                                       황동규


끝간데 없는 갯벌 위를 걷습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문득 손톱만한 게 한 마리
휙 내 앞을 지나갑니다
어쩐지 그 게 한 마리의 걸음마가
바닷물을 기다리는
갯벌의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 마음 그토록 허허롭고 고요하기에
푸른 물살, 온통 그 품에
억장 무너지듯 안기고 마는 걸까요
아아 바닷물처럼 출렁이는 당신이여
난 게 한 마리 지날 수 없는
꽉찬 그리움으로
그대를 담으려 했습니다
그대 밀물로 밀려올 줄 알았습니다
텅텅 빈 갯벌 위, 난 지금
한 마리 작은 게처럼 고요히 걸어갑니다
이것이,
내 그리움의 첫 걸음마입니다.

 

 

* 2026년 5월 4일 월요일입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법입니다.

정리하고 비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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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ing is Like a Single Crab’s First Steps

 

                                                                              Hwang Dong-gyu

 

 

I walk upon the mudflats that know no end.

Everything is only silent.

Suddenly, a single crab the size of a fingernail

flits past me.

Somehow, that single crab’s tiny steps

feel like the heart of the mudflat

waiting for the seawater.

Because that heart is so hollow and still,

does the blue surge fall into its embrace

all at once, as if the heart were breaking?

Ah, you, who heave and swell like the seawater,

I tried to hold you

with a longing so full that not even a single crab could cross.

I thought you would rush in like the rising tide.

Above the completely empty mudflats, I now

walk silently like a single small crab.

This is

the first step of my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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