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마음세탁소 _ 김종제

시 쓰는 마케터 2019. 4. 9. 08:55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 있다

 

 

* 2019년 4월 9일 화요일입니다.

길을 걷다가 돌이 나타나면 누군가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만듭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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