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굽이 돌아가는 길 _ 박노해

시 쓰는 마케터 2019. 11. 5. 09:29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2019년 11월 5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직선보다는 곡선이 훨씬 적절할 때가 있습니다.

곡선이 주는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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