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의 꿈
이기철
새봄의 개나리향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씀바귀 위에 내리는 이슬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처음 가 본 길처럼 설레는 마음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유리창에 부딪친 그날의 첫 햇빛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어떤 화염에도 타지 않는 금결의 말 말고는
아물면 보석이 되는 상처 말고는
잊혀져도 맹서로 남는 사랑 말고는
날아가도 꽃이 되는 씨앗 말고는
* 2020년 4월 13일 월요일입니다.
하얀 백지가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로 채워져 있는 곳에서는 변화가 어려운 법입니다.
새롭게 받아 든 1주일 분량의 백지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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