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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언어로 소식을 전한다 _ 유진택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2. 6.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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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언어로 소식을 전한다

 

                                                      유진택

 

 

산속도 오래되면 등뼈가 휘어지는 법이다

산등성이마다 튀어나온 굵은 바위들이

봄날이면 몸살나게 뒤척인다

산등성이 곳곳에 박힌 굵은 뿌리를

홍역처럼 꽃망울을 앓아 피우고

고사목으로 굳어진 나무, 등뼈처럼 허리가 휜다

이 깊은 산속에도 진달래는 지천인데

그 꽃향기 아랫마을 내려가지 못해

산속에만 꽃내음이 가득 찬다

진달래 뿌리는 엉키고 엉켜 그 속에서 잔뿌리가 나고

꽃들도 지치고 지쳐 여린 꽃잎 다시 지는데

아무도 없는 이 산속 진달래는 왜 피는가

보아줄 이도 없는데 연지곤지 예쁘게 단장하고

분홍색 색동저고리로 손짓하지만

나는 잘 안다, 새들이 수시로 들락이는 저 산속

낙타처럼 누워 있는 산등성이로 와서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언어로 몇마디 지껄이고 가면

진달래는 더 붉어 홍당무가 되고

부끄러워 속옷 간신히 숨기는 저 자태

분명히 누군가 온다는 소식이다.

 

 

* 2022년 6월 9일 목요일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마 알게 되겠어 하고 저지른 일로 수습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비 오는 하루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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