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 5

눈 온 아침 _ 신경림

눈 온 아침 신경림 잘 잤느나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2024년 1월 22일 월요일입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답변을 하기 마련입니다. 핵심을 간파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첫눈 _ 나태주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를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외부나 타인에 의해 좌우되며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아직 '프로'가 아닌 '포로'라고 하네요. 스스로 할 수 있는 프로의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은앙응앙 울을 것이다 * 2021년 1월 7일 목요일입니다. 어제 저녁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네요. 체감온도 영하 2..

눈이 내리면 편지를 씁니다 _ 최옥

눈이 내리면 편지를 씁니다 최옥 눈이 내리면 세상은 편지지 한 장이 됩니다 단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는 편지 내 사랑도 이렇게 한번씩은 말문을 여나 봅니다 괜히 할말이 많아지지만 하고픈 말 한 마디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내 가슴 깊은 곳에서만 숨쉬는 당신 쌓아만 두어서 사랑도 때로는 당신을 가리는 높다란 벽이더니 눈이 내릴때마다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묻어두고 처음 당신을 사랑하던 마음만 남았습니다 * 2019년 2월 15일 금요일입니다.오랜만에 눈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