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1042

유리창을 닦으며 _ 문정희

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가 그리운 날은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종소리보다도 은은한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그리움을 말린다  * 2025년 3월 31일 월요일입니다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번아웃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_ 김용택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꽃 피어 새롭습니다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꽃이 피어나니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눈물로 서서바라보는 것은꽃 피는 그 자리 거기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당신 없이 꽃 핀들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서러움과 눈물입니다작년에 피던 꽃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꽃 피었으니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내년에도 꽃 피면내후년, 내내후년에도꽃 피어 만발할 테니거기 그 자리 꽃 피면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 2025년 3월 27일 목요일입니다.같은 시간과 ..

비가 와도 좋은 날 _ 채영순

비가 와도 좋은 날                              채영순  옛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창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시름시름 앓다흩어져가고 자욱한 안개님의 입김으로조용히 걷히우면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갈매기도 노래하며물을 나는데 엣사람이 그리울 때만은창밖에 주룩주룩 비가 와도 좋다속옷이 다 젖도록비가 와도 좋다  * 2025년 3월 26일 수요일입니다.전국에 큰 산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고마운 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홍승환 드림

세상의 비밀들을 알았어요 _ 김용택

세상의 비밀들을 알았어요                                              김용택  닫힌 내 마음의 돌문을 열며꽃바람 해바람으로 오신 당신당신으로 하여별이 왜 반짝이는지꽃이 왜 꽃으로 피어나는지세상에 가득한 그런 가만가만한비밀들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내 가는 길목마다훤하게 깔린 당신돌부리 끝에 걸려 넘어져도거기 언뜻 발끝이 아프게 부서지는 당신이 초겨울 빗줄기 속에서도들국같은 당신의 얼굴이하얗게, 하얗게 줄지어 달려옵니다 이 길에 천둥 번개 칠까 두려워요  * 2025년 3월 25일 화요일입니다.틈, 여유, 휴식, 여백이 없으면 문제가 발생하는 법입니다.중간 중간 쉼표를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연탄 한 장 _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진 그 누군가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이듬해 봄까지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연탄차가 부릉부릉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2025년 3월 24일 월요일입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어디 한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오늘 일을 잠시라도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사랑하는 이여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추운 겨울 다 지내고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025년 3월 21일 금요일입니다.결코 오지 않는 봄은 없는 법입니다.봄과 함께 기쁜 소식들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하루 _ 천양희

하루                      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어디서 너마저도너를 내려놓았느냐.그렇게 했느냐.귀뚜라미처럼 찌르륵대는 밤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 2025년 3월 20일 목요일입니다.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들로 근거를 들어야합니다.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결정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_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 보아라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 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

잠시 _ 잉게 솔

잠시                               잉게 솔잠시 시대의 어지러움으로부터그대의 눈과 귀를 돌려라.그대의 마음이 스스로 정화되기 전엔이 시대의 어지러움은 그대의 힘으로도치유될 수 없는 것.이 세상에서 그대가 할 일은영원을 지키며 기다리고 응시하는 것그대는 이미 이 세상사에묶여 있고 또 풀려나 있으니.그대를 부르는 때가 오리니그대 마음을 준비하고꺼져가는 불길 속마지막 불꽃을 위해그대를 던지리라.* 2025년 3월 18일 화요일입니다.3월에 펑펑 내리는 눈을 보는 새벽입니다.이 눈을 끝으로 봄이 시작되기를 바라봅니다.홍승환 드림

흰구름 _ 천상병

흰구름                          천상병  저 삼각형의 조그마한 구름이유유히 하늘을 떠다닌다무슨 볼일이라도 있을까?아주 천천히 흐르는 저것에는스쳐 지나는 바람이 있을뿐이다바람은 구름의 연인이다그래서 바람이 부는 곳으로구름은 어김없이 긴다희디 흰 구름이여!어느 계절이든지구름은 전연 상관 않는다오늘이 내일이 되듯이구름은 유유하게 흐른다  * 2025년 3월 17일 월요일입니다.꽃샘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봄을 기다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