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시 6

빗소리를 듣는다 _ 천상병

빗소리를 듣는다 천상병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도 꿈도 아닌 진공의 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이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 2023년 4월 5일 수요일입니다. 며칠만 더 일찍 비가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더 이상의 산불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홍승환 드림

빗소리 _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물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비 오는 아침입니다. 다음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네요. 5월부터는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해봅니다. 홍승환 드림

봄비 _ 문태준

봄비 문태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 2022년 4월 25일 봄비 오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비 오던 날 _ 최옥

봄비 오던 날 최옥 혼잣말을 합니다 그대가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하기를 그렇게 하기를 가두었던 말(言)들을 빗물속에 흘려 보냅니다 구름처럼 먼 데 둘 수밖에 없는 사랑 수평선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대 한때 당신을 향했던 불같은 몸살도 이제는 편안해진 그리움이길 재울 것은 재우고 깨울 것은 깨우며 봄비속에 연신 혼잣말을 합니다 가두었던 말(言)들을 풀어줍니다 * 2019년 5월 27일 월요일입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봄날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차분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비 오던 날 _ 최옥

봄비 오던 날 최옥 혼잣말을 합니다 그대가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하기를 그렇게 하기를 가두었던 말(言)들을 빗물속에 흘려 보냅니다 구름처럼 먼 데 둘 수밖에 없는 사랑 수평선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대 한때 당신을 향했던 불같은 몸살도 이제는 편안해진 그리움이길 재울 것은 재우고 깨울 것은 깨우며 봄비속에 연신 혼잣말을 합니다 가두었던 말(言)들을 풀어줍니다 * 2018년 4월 23일 월요일입니다.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여유롭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