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17

큰 나무 아래서 _ 김정한

큰 나무 아래서 김정한 큰 나무 아래의 그늘은 넓고도 깊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이 쉬어간다 나무는 나이가 몇인지 한번도 알려준 적 없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를 짐작한다 나무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다 큰 나무는 비나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찮은 것이라도 절대 자기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없다 넉넉한 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똑같이 쉴 자리를 만들어준다 * 2017년 12월 19일 화요일입니다.오늘이라는 날은 누구에게나 앞으로 살아갈 날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가장 젊은 날을 소중히 보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대설주의보 _ 임영준

대설주의보 임영준 막힌 가슴 실마리도 없는 거친 땅 가뜩이나 거북한 일상을 철부지들이 좌지우지하는데 족히 몇 날쯤 덮어두는 눈 천지는 어떨까 민심도 천심도 잠시 순백이 되는 은근히 고대하는 대설주의보 *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입니다.흰 눈이 펑펑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순백으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희망이란 이름의 해독제 _ 송시현

희망이란 이름의 해독제 송시현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 희망을 감추어두고 살아갑니다 힘겨운 일이 있을 때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도록 하십시오 감추어진 희망이 몸을 일으키고 있을 것입니다 절망에 중독된 우리의 영혼 속에는 희망이라는 이름의 해독제가 수은처럼 잔잔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사랑도 독한 전염병이기에 내가 앓는 사랑이 당신에게로 가고 당신이 앓는 사랑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우리를 서로 닮아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사랑이 흔들리면 우리의 모습이 비치는 깊은 호수의 투명한 물그늘도 흔들리게 됩니다 안개 젖은 수풀 사이로 걸어가면 이슬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거기에 숨어있을 것입니다 * 2017년 12월 15일 금요일입니다.학생이 아닌 사람은 매 순간 퇴보한다고 합니다.무엇이든 ..

알게 될 때쯤 _ 이정하

알게 될 때쯤 이정하 사랑은 추상형이어서 내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는 그릴 수가 없었네. 수년이 지나 사랑에 대해 희미하게 눈뜰 때 그때서야 알 수 있었네. 사랑은,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로 그리는 것. 언제나 늦었네. 인생이란 이렇구나 깨닫게 되었을 때 남은 생은 얼마 되지 않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은 곁에 없었네. 사랑이라 깨달았을 때 이미 그는 저만치 가고 없네. *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입니다.사용하는 단어를 바꾸면 인생도 바뀌게 됩니다.밝고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_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2017년 12월 12일 화요일입니다.어떤 상황도 결론을 보기 전에는 속단해서는 안됩니다. 긍정의 생각으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 _ 류시화

별 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증거라고 점성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떤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

향수 _ 정지용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