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시 7

11월 _ 이외수

11월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바람도 어디로 가자고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몰도 은혜로운데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젖는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 2024년 11월 1일 금요일입니다.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입니다.모르는 걸 인정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11월에 _ 이해인

11월에 이해인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 2023년 11월 1일 수요일입니다. 새로움은 늘 약간의 긴장감을 줍니다. 긴장감을 즐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안부 _ 최원정

11월 안부 최원정 황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고 지난 추억도 갈피마다 켜켜이 내려앉아 지나는 이의 발길에 일없이 툭툭 채이는 걸 너도 보았거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식 넣어 맑은 이슬 한 잔 하자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 끝내고 나서 *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입니다. 때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결과를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마음의 기척 _ 박노해

11월 마음의 기척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 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오려나 그대가 오려나 11월 마음의 기척 * 2021년 11월 23일 화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던 사전에 보여지는 기척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의 나무처럼 _ 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 2021년 11월 2일 화요일입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야 내일이 바뀝니다. 변화를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이면 _ 임영준

11월이면 임영준 이쯤 되면 누구나 조금은 신실해지고 싶겠지요 아마 경건한 속죄의 탑을 어딘가에 잔뜩 쌓아 놓았을 겁니다 시린 바람을 마시고 살얼음을 부비고 다시 악물고도 싶을 겁니다 혹시나 허물이 넘쳐 부끄럽기만 한 지난날들이 뜻밖에 지순한 불씨가 되어 외진 곳에 모닥불을 지피고 있을 수도 있으니 눈 크게 뜨고 잘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 2018년 11월 12일 월요일입니다.그냥 아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많이 다릅니다.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잘 아는 것입니다.얼핏 알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의 노래 _ 김용택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롬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 2018년 11월 1일 목요일입니다.새로운 달력 한 장을 선물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