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_ 송진권

시 쓰는 마케터 2023. 2. 10. 08:31

 

 

빗방울은 구두를 신었을까

 

                                            송진권

 

 

아직 발굽도 여물지 않은 어린 것들이

소란스레 함석지붕에서 놀다가

마당까지 내려와 잘박잘박 논다

징도 박을 수 없는 무른 발들이

물거품을 만들었다가

톡톡 터뜨리다 히히히힝 웃다가

아주까지 이파리에 매달려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논다

마당 그득 동그라미 그리며 논다

놀다가

빼꼼히 지붕을 타고 내려가

방바닥에 받쳐둔 양동이 속으로도 들어가 논다

비스듬히 기운 집안

신발도 신지 않은 무른 발들이

찰방찰방 뛰며 논다

기우뚱 집 한 채

파문에 일렁일렁 논다

 

 

* 2023년 2월 10일 금요일입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 비난을 받기 마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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