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_ 최정례

시 쓰는 마케터 2023. 3. 29. 08:32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최정례

 

 

고양이가 자라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 열매 속에

교태스런 꽃잎과 사나운 가시를 감추었듯이

고양이 속에는 호랑이가 있다

작게 말아 구긴 꽃잎같이 오므린 빨간 혀 속에

현기증 나게 노란 눈알 속에

달빛은 충실하게 수세기를 흘러내렸을 것이고

고양이는 은빛 잠 속에서

이빨을 갈고 발톱을 뜯으며

짐승 속의 피와 야성을

쓰다듬고 쓰다듬었을 것이고

자기 본래의 어두운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처럼

고양이,

눈 속에 살구빛 호랑이 눈알을 굴리고 있다

독수리가 앉았다 날아가버린 한 그루 살구나무처럼

 

 

* 2023년 3월 29일 수요일입니다.

숨겨진 본성이 가끔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속 싶은 내면을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