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고양이과다
최정례
고양이가 자라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 열매 속에
교태스런 꽃잎과 사나운 가시를 감추었듯이
고양이 속에는 호랑이가 있다
작게 말아 구긴 꽃잎같이 오므린 빨간 혀 속에
현기증 나게 노란 눈알 속에
달빛은 충실하게 수세기를 흘러내렸을 것이고
고양이는 은빛 잠 속에서
이빨을 갈고 발톱을 뜯으며
짐승 속의 피와 야성을
쓰다듬고 쓰다듬었을 것이고
자기 본래의 어두운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처럼
고양이,
눈 속에 살구빛 호랑이 눈알을 굴리고 있다
독수리가 앉았다 날아가버린 한 그루 살구나무처럼
* 2023년 3월 29일 수요일입니다.
숨겨진 본성이 가끔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속 싶은 내면을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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