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풀밭에서 _ 조지훈

시 쓰는 마케터 2023. 10. 6. 07:35

 

 

풀밭에서 

 

                     조지훈

 

 

바람이 부는 벌판을 간다.

흔들리는 내가 없으면 바람은 소리조차 지니지 않는다.

머리칼과 옷고름을 날리며 바람이 웃는다.

의심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나즉히 바람이 되어 흐르는 소리.

 

어디를 가도 새로운 풀잎이 고개를 든다.

땅을 밟지 않곤 나는 바람처럼 갈 수가 없다.

조약돌을 집어 바람속에 던진다. 이내 떨어진다.

가고는 다시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에

나는 영영 살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풀밭에 쓰러진다.

던져도 하늘에 오를수 없는 조약돌처럼

사랑에는 뉘우침이 없다.

내 지은 죄는 끝내 내가 지리라.

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바람속에 간다.

 

 

* 2023년 10월 6일 금요일입니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무척 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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