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서정윤
꽃은 눈물,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태음력이 되어
나의 정원을 거닐고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아픔을
풀어줄 언어를 찾지 못할 때
외로움은 비처럼 젖는다
지나간 자신의 주검을 디디고 선
키 작은 꽃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 낯선 계절에 젖으며
목적 없는 발길의 힘없음,
인도주의, 박애주의조차
에고이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낙원의 꿈을 위하여
정원을 일구어 가지만
가을 꽃은 말이 없다
바람이 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말없이 꽃이 지고
또 그렇게 이 가을은 가는 거지만, 문득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무거운 어깨를 가눌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듬해의 꽃을 위해 썩어가는 나뭇잎.
그 속에 썩어가는 자신의
빛나는 눈빛을 발견해야 한다.
* 2023년 10월 5일 목요일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은 가까이서 보면 정체가 들통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잎 하나로 _ 정현종 (24) | 2023.10.10 |
---|---|
풀밭에서 _ 조지훈 (27) | 2023.10.06 |
10월 _ 임영준 (4) | 2023.10.04 |
한가위 보름달 _ 정연복 (10) | 2023.09.27 |
가을을 파는 꽃집 _ 용혜 (16) | 2023.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