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못의 변명
원성용
머리에 십자가
천형의 문신처럼 새기고
달랑 몸뚱이 하나에 의지하며
머리만 남기로 몸을 숨기던
치욕스런 은폐의 날도 있었고
헐렁한 세상
네 귀퉁이 끼워 맞춘다고
한 방향만 고집하며
남의 살갗을 도려내던
무모한 젊은 날도 있었지
지금은
작은 덜컹거림에도
쉽게 몸을 빼는 나약한 모습
허나,
허리를 굽히지는 않았다
질주의 차량을 주저 앉힐만한 힘
내게도 여직 남아있다
*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입니다.
하나 둘 타협하다 보면 엣지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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