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_ 권천학

시 쓰는 마케터 2024. 3. 12. 08:10

 

 

 

모자를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권천학

 

 

봄이면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시간이

대문 밖으로 걸어나간다.

 

나뭇가지에도 걸터앉고

풀잎더미 위에도 주저앉는다

속눈썹에 엉겨 붙은 해의 살들이

오랜만의 외출을 눈부시게 한다.

 

웅덩이에 고여있는 한 떼의 시간들이

태엽을 탱탱하게 조여 감아서

쏘아대는 빛화살

그늘 속을 관통할 때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시간들이 푸득거렸고

주저않아 있던 풀잎들도 일어나

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째깍초깍......

싹트는 소리로 초침을 닦기 시작한다.

 

모자를 벗어들고 돌아온 외출이

불면의 의자에 앉아

훔쳐온 황금 잔에 시간의 즙을 따라 마시는

봄 그리고 밤.

 

 

* 2024년 3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자신 안에 있는 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