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겨울나무 _ 정한용

시 쓰는 마케터 2025. 2. 14. 08:52

 

 

 

겨울나무

 

                    정한용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가만 들여다보면

거기에도 중심 줄기의 무게가 있다

땅에서 나무를 지나 저 하늘까지의 거리

처음 바람이 비롯된 곳부터 불어가야 할 목적지까지의 곤고함

그 가운데서 그 깊이를 측량하며

나무는 서 있다

뿌리가 빨아들인 지난 여름의 빗방울과

대륙 쪽에서 물어온 공기의 입자들이 거기에서 만난다

만나 서로의 선물을 건네고 협상하고 새 힘을 세우며

내일 올 봄을 위하여 거대한 잎을 준비한다

중심은 깊고 무거워

겨울 찬 흙에 꽃은 발톱으로 세상이 고요하다

 

 

* 2025년 2월 14일 금요일입니다.

개나리 나무에 새순들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