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정한용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가만 들여다보면
거기에도 중심 줄기의 무게가 있다
땅에서 나무를 지나 저 하늘까지의 거리
처음 바람이 비롯된 곳부터 불어가야 할 목적지까지의 곤고함
그 가운데서 그 깊이를 측량하며
나무는 서 있다
뿌리가 빨아들인 지난 여름의 빗방울과
대륙 쪽에서 물어온 공기의 입자들이 거기에서 만난다
만나 서로의 선물을 건네고 협상하고 새 힘을 세우며
내일 올 봄을 위하여 거대한 잎을 준비한다
중심은 깊고 무거워
겨울 찬 흙에 꽃은 발톱으로 세상이 고요하다
* 2025년 2월 14일 금요일입니다.
개나리 나무에 새순들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전자가 끓는 겨울 _ 남혜란 (1) | 2025.02.18 |
---|---|
나이 듦에 대하여 _ 최홍윤 (2) | 2025.02.17 |
바람의 시 _ 이해인 (3) | 2025.02.13 |
때로는 강도 아프다 _ 김구식 (1) | 2025.02.12 |
겨울풍경을 찍다 _ 안시아 (1) | 2025.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