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다시 피는 꽃 _ 도종환

시 쓰는 마케터 2019. 7. 31. 09:32

 

 

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 2019년 7월 31일 수요일입니다.

무언가를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걸 얻을 수 없는 법입니다.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