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항아리 속 된장처럼 _ 이재무

시 쓰는 마케터 2020. 9. 2. 09:11

 

항아리 속 된장처럼

 

                             이재무

 

 

세월 뜸들여 깊은 맛 우려내려면

우선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자는 거야

햇장이니 갑갑증이 일겠지

펄펄 끓는 성질에 독이라도 깨고 싶겠지

그럴수록 된장으로 들어앉아서 진득하니 기다리자는 거야

원치 않는 불순물도 뛰어들겠지

고것까지 내 살로 풀어보자는 거야

썩고 썩다가 간과 허파가 녹고

내장까지 다 녹아나고 그럴 즈음에

햇볕 좋은 날 말짱하게 말린 몸으로

식탁에 오르자는 것이야

 

 

* 2020년 9월 2일 수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적절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덜 익은 자아를 미숙한 진정성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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