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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깨진 연탄 _ 안도현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1. 2. 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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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깨진 연탄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 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 2021년 2월 3일 수요일 절기상 입춘입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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