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마 _ 허은실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2. 2. 17. 08:52

본문

 

 

이마

 

                   허은실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2022년 2월 17일 목요일입니다.

진정한 프로는 때로는 포기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호리병 속에서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지 확인해 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다림의 나무 _ 이정하  (6) 2022.02.21
내가 나의 감옥이다 _ 유안진  (12) 2022.02.18
아침기도 _ 이해인  (14) 2022.02.16
나는 배웠다 _ 샤를르 드 푸코  (10) 2022.02.15
시계 _ 박소란  (12) 2022.02.1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