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지울 수 없는 얼굴 _ 고정희

시 쓰는 마케터 2022. 5. 12. 08:23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 2022년 5월 12일 목요일입니다.

너무 많은 걸 담다 보면 핵심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많이 덜어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