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33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_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2020년 10월 6일 화요일입니다. 모든 순간, 모든 사람이 꽃봉오리입니다. 꽃봉오리를 피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처럼 _ 정연복

꽃처럼 정연복 어쩌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 그리도 고운 빛깔일 수 있을까 비우고 또 비운 꽃의 마음이기에 꽃들은 티없이 순수한 빛깔로 물들었을까. 노란 개나리는 빨간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들꽃이라고 하여 목련의 눈부신 화려함을 시샘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자신만의 빛깔로 세상을 향해 웃는다. 아! 사람들의 마음도 꽃의 그 마음을 닮을 수는 없을까 서로의 빛깔로 서로에게 다정히 인사하며 꽃처럼 욕심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 * 2020년 5월 8일 금요일 어버이날입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 마음이 조금은 헤아려집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처럼 사람이 아름다울 때 _ 이선형

꽃처럼 사람이 아름다울 때 이선형 사랑을 담아내는 한결같은 믿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연함과 어우러지는 풍요로운 마음과 혹독함을 이겨낸 맑고 고귀한 본래의 피움처럼 사람은 비로소 향기롭습니다. * 2020년 2월 10일 월요일입니다. 사소한 일에 감사할 줄 알고 그 마음을 표현할 때 삶이 윤택해지고 주변의 분위기가 좋아집니다. 한 주의 시작 감사하며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타리꽃 _ 이성선

마타리꽃 이성선 갸름한 목 하늘로 빼올리고 수줍어 웃는 마타리꽃 곁에서 너를 바라보고 서 있으면 멀리 떠나간 그리운 사람 앞에 돌아와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너와 함께 들길을 걸어가면 하늘의 물소리가 들린다. 별들과도 이야기한다. 허수아비가 바람에 흔들리고 송아지가 운다. 낮달이 하느님처럼 어깨너머 다정하다. 구름의 손짓을 느끼며 옛사람을 생각하는 마타리꽃 -- 이젠 사랑하리라. 기다림을 넘어서 기도하리라. 너의 등뒤에 황혼이 붉게 깔리고 별이 뜬다. 더 많은 별이 뜨면 너와 물을 건너 너의 나라로 가리라 *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입니다. 노란 마타리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죠. 이제 노란 마타리꽃이 지고 하얀 눈꽃을 기대할 수 있는 겨울이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19년 11월 13일 수요일입니다. 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 젖지 않으면 부서지는 법입니다. 유연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들꽃 - 구광렬

들꽃 구광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 2019년 7월 19일 금요일입니다. 때로는 이름 모를 꽃들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 2019년 6월 24일 월요일입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꽃 피던 날 _ 용혜원

봄 꽃 피던 날 용혜원 겨우내내 무엇을 속삭였기에 온 세상에 웃음 꽃이 가득할까 이 봄에 여인네들이 나물을 캐듯이 우리들의 사랑도 캘 수 있을까 이 봄에 누군가가 까닭없이 그리워지는 듯 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 만나면 온 세상이 떠나가도록 웃어나 볼까나 이 봄엔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그대가 만약 끝내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대 가슴에 꽃이라도 되어 피어나고 싶다. * 2019년 5월 9일 목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을 잘하는 사람이 큰 것도 이루는 법입니다. 소소한 것들을 신경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5월을 드립니다 _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 2019년 5월 3일 금요일입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모르는 걸 배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낙화 _ 이형기

낙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걱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2019년 4월 15일 월요일입니다. 봄기운이 성큼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