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_ 오세영 양귀비꽃 오세영 다가서면 관능이고 물러서면 슬픔이다. 아름다움은 적당한 거리에만 있는 것.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다가서면 눈멀고 물러서면 어두운 사랑처럼 활활 타오르는 꽃. 아름다움은 관능과 슬픔이 태워올리는 빛이다. * 2022년 12월 20일 화요일입니다. 불가근불가원, 적당한 거리가 가장 좋습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2.20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입니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11.24
미스터리 _ 김상미 미스터리 김상미 모든 꽃은 피어날 땐 신을 닮고 지려할 땐 인간을 닮는다. 그 때문에 꽃이 필 땐 황홀하고 꽃이 질 땐 눈물이 난다. * 2022년 8월 23일 절기상 처서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꽃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순환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08.23
장미의 저녁 _ 이윤정 장미의 저녁 이윤정 장미는 우리에게 저녁을 보여 준다 안쪽에 낯선 햇살이 있다 낯선 향기를 한 장씩 꺼내 준다 장미는 우리에게 입맞춤을 던진다 한 잎 두 잎 던지는 진한 입맞춤으로 저녁을 건내준다 내가 만나는 장미와 장미 사이로 저녁이 지나간다 장미는 장미 사이를 들여다보며 사람들이 걸어간다 내가 보는 장미와 장미가 보는 나 사이 하나 되는 순간에 저녁은 지나간다 기울어져 가는 저녁 사이로 장미가 핀다 당신으로 하여 저녁이 붉어지는 장미는 내일도 저녁을 들고 올까 나의 장미는 당신이 들고 오는 저녁이다 * 2022년 5월 26일 목요일입니다. 거리 곳곳에 붉은 장미가 한창입니다. 5월의 맑은 하늘과 함께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2.05.26
혼자서 _ 나태주 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 2021년 11월 1일 월요일입니다. 온전히 새로운 한 달을 선물 받았습니다. 알차고 보람된 시간들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1.11.01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21년 4월 7일 수요일입니다. 흔들림과 어려움이 없으면 견고한 결과가 나오지 못합니다. 과정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1.04.07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_ 김용택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 2021년 3월 24일 수요일입니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도 받아들이는 건 다른 법입니다. 봄날..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1.03.24
봄꽃을 보니 _ 김시천 봄꽃을 보니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다 지고 싶습니다 * 2021년 3월 22일 월요일입니다. 봄꽃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1.03.22
꽃 _ 안도현 꽃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말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아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 2021년 3월 4일 목요일입니다. 봉숭아꽃잎으로 새끼손가락을 물들였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네요. 세상하고 어깨를 꼭 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1.03.04
수선화에게 _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않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 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입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 마라도나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어릴 적 영웅들의 사망소식이 하나 둘 늘어남에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됩니다. 소중한 하루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