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시 5

나뭇잎 하나 _ 신달자

나뭇잎 하나 신달자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밟을 수 없다 그것에도 온기 남았다면 그 스러져가는 미량의 따스함 앞에 이마 땅에 대고 이 목숨 굽히오니 내 아버지 호올로 가시는 낯설고 무서운 저승길 내 손 닿지 않는 먼길 비오니 그 따스함 한가닥 빛이라도 될 수 있을까 몰라 울 아버지 동행길의 미등이 될 수 있을까 몰라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입니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기 위해선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_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나희덕 살았을 때의 어떤 말보다 아름다웠던 한마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 지나가는 소나기가 앞을 스쳤을 뿐인데 때로는 여름에도 낙엽이 진다 온통 물든 것들은 어디로 가나 사라짐으로 하여 남겨진 말들은 아름다울 수 있었다 말이 아니어도, 잦아지는 숨소리 일그러진 표정과 차마 감지 못한 두 눈까지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그 순간 삶을 꿰매는 마지막 한땀처럼 낙엽이 진다 낙엽이 내 젖은 신발창에 따라와 문턱을 넘는다, 아직은 여름인데. * 2022년 7월 22일 금요일입니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믿고 맡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편지 _ 최영우

가을편지 최영우 내가 가을을 못 잊는 것은 단풍보다 진한 그리움 남아있기 때문이야 갈대가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은 그 언덕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음이야 까닭없이 허전함은 눈물같이 떨어지는 낙엽 때문일거야 이런 날 엽서 한 장 받아 봤으면 책갈피에 곱게 접어놓았던 추억이 접힌 편지 장문이 아니어도 괜찮을 거야 단 몇 글자 사랑이 남아 있다고 * 2021년 11월 4일 목요일입니다. 오랜만에 붉은 단풍잎을 책갈피로 사용해 봐야겠습니다. 행복한 가을날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 속의 가을 _ 최영미

내 속의 가을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옆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오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 2018년 11월 6일 화요일입니다.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사람을 얻는 법입니다.진심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낙엽의 그리움 _ 정유찬

낙엽의 그리움 정유찬 하늘을 보다 붉어졌습니다. 찬 서리 맞아 노래졌습니다. 버석버석 마르도록 애태웠습니다. 가지 끝에서 떨어져 나와, 바람에 쓸려 헤매다가, 돌담 가에 쭈그려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썩어서 썩어서, 흙에 섞이도록 그리워 했습니다. 그리움이 이유 없이 그리움을 그리워하듯, 늘 그리웠습니다. *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입니다.어제 비바람으로 거리에 낙엽이 많습니다.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