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98

가을의 향기 _ 김현승

가을의 향기                             김현승남쪽에선과수원에 임금(林檎)이 익는 냄새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당신에겐 떠나는 향기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상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2024년 11월 7일 목요일입니다.다른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본인을 바꾸는 게 쉽습니다.스스로 먼저 바꿔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홍승환 드림

가을의 노래 _ 유자효

가을의 노래                             유자효  잃을 줄 알게 하소서가짐보다도더 소중한 것이잃음인 것을 이 가을뚝뚝 지는낙과의 지혜로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머무름보다더 빛나는 것이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철새들이 남겨둔보금자리가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 2024년 11월 6일 수요일입니다.언제나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면 반드시 행복해집니다.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리들 사이 _ 신달자

우리들 사이                            신달자  말은 시시해졌다글은 실증이 났지당신에게 감격을 줄내겐 아무것도 없다충격을 줄 혹은받을 아픔도 남아 있지 않다밤엔 붉고낮에는 하얀 평범한 달그것이 큰 바위라는 것을이젠 훤히 알아매력이 없어서 그저 그런 달밤 12시에 흘리는나의 눈물은 우스워졌다잘 기억 할 수 없는첫날의 우리 두 눈의 불꽃그 빛을 흉내낼 수 없다지금며칠을 몸숨겨새롭게 당신을 그리워 하고 싶다손바닥 위에 마주 서서도무지 잘 보이지 않는 우리나 혼자 뛰어내려우러러 당신을 생각하고 싶다  * 2024년 11월 5일 화요일입니다.진심을 다하면 알아주기 마련입니다.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 그리고 풀꽃 _ 김지향

가을 그리고 풀꽃                                 김지향  도심지에서는몸이 가루가 되어 날리는 햇빛변두리에 와서 성한 몸이 된다 뜨겁게 살아도가루가 되지 않는 법을뜨겁게 배우는 변두리의 풀꽃들약하고 작은 변두리 풀꽃 속에살고 있는 굵은 힘줄을불붙이는 법을가을의 햇빛에게 배운 풀꽃은죽도록 떠나지 않는 가을을 갖고 싶어늙지도 않는다  * 2024년 11월 4일 월요일입니다.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는 법입니다.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_ 이외수

11월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바람도 어디로 가자고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몰도 은혜로운데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젖는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 2024년 11월 1일 금요일입니다.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입니다.모르는 걸 인정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소리를 위하여 _ 전재승

소리를 위하여                            전재승  깊은 밤,머리맡에 침잠하듯 들리는소리가 있다. 내 의식의 심연에조약돌 던지며가장 고요로운 시각에만 파문을 일으키며찾아오는 순례자가 있다. 아, 그 소리망각했던 기억의 저편 강에서들려오는 물무늬의 동그란 울림. 그 맑디맑은 공명음을 질긴 귀로 들으며시한 폭탄처럼 풀어지는시간의 태엽을온몸으로 감고 싶어진다. 나를 향하여 부르는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하여이 밤을잠 못 이루고 깨어 있을 때,밤은 깊어도 잠은 멀다.  * 2024년 10월 29일 화요일입니다.가끔은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내버려둘 줄 알아야 합니다.바람에 몸을 맡겨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에 오십시오 _ 송해월

가을에 오십시오                                  송해월  그대가을에 오십시오 국화꽃 향기천지에 빗물처럼 스민 날 서늘한 바람에까츨한 우리 살갗거듭거듭 부비어대도 모자라기만 할가을에 오십시오 그리움은행잎처럼 노오랗게 물들면한 잎 한 잎 또옥 똑 따내어눈물로 쓴 연서 바람에 실려 보내지 않고는몸살이 나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날 날이면 날마다그리움에 죽어가던 내 설움에도비로소 난 이름을 붙이렵니다내 영혼을 던졌노라고 그대 가을에 오십시오  *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입니다.쉼표가 없는 악보는 노래가 될 수 없습니다.마음의 여유를 찾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간격 _ 안도현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비어 있어야 필요할 때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여백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무도 없는 별 _ 도종환

아무도 없는 별                                  도종환  아무도 없는 별에선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달맞이꽃이 피지 않는 별에선해바라기도 함께 피어나지 않고폭풍우와 해일이 없는 곳에선등 푸른 물고기도 그대의 애인도살 수 없다때로는 화산이 터져 불줄기가온 땅을 휩쓸고 지나고그대를 미워하는 마음 산을 덮어도미움과 사랑과 용서의 긴 밤이 없는 곳에선반딧불이 한 마리도 살 수 없다때로는 빗줄기가 마을을 다 덮고도 남았는데어느 날은 물 한 방울 만날 수 없어목마름으로 쓰러져도그 물로 인해 우리가 사는 것이다강물이 흐르지 않는 별에선그대도 나도 살 수 없다낙엽이 지고 산불에산맥의 허리가 다 타들어가도외로운 긴 밤과 기다림의 새벽이 있어서우리가 이 별에 사는 것이다  * 2024년 10월 2..

참나무의 상처 _ 안국훈

참나무의 상처                            안국훈  참나무는 날마다그늘 내려놓고 참바람 인다톡톡 도토리 흙으로 돌아간 자리그리움은 추억의 속도보다 빨리 자란다 어둠 속에 홀로 머문다한동안 두 눈 꼭 감은 채로먼 하늘 바라보면 눈물겨운 삶어디 너 혼자뿐이더냐 오래된 삶의 흔적그리움 사무친 푸른 이파리는장수풍뎅이 가슴에 안고밤새 산자락 지킨다 나무에서 떨어져 죽으려는 새야세상에 상처 없는 새는태어나자마자 죽은 어린 새뿐이다어디 상처 없는 삶 있더냐  * 2024년 10월 23일 수요일입니다.좋은 말을 건네야 좋은 결과들이 나옵니다.좋은 말들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