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98

블루 블루스 _ 정끝별

블루 블루스                              정끝별  땅 속 저 깊은 흙구덩이에서도검게 그을린 씨앗으로 남아여덟 개의 꽃잎을 만들어냈다는이천 년 만에 핀 젖빛 목련 여래나 금륜왕이 올 때까지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히말라야 산록의 우담화삼천 년 만에 피는 꽃 얼음 토탄이 되어서도살아남았다는 기적의 씨앗푸른 등꽃을 닮은 알래스카 루핀일만 년 만에 핀 꽃 그러나 흙 속에서 얼음 속에서싹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어간세상 모든 씨들마음 속에서 죽어간하 많은 기다림의 씨들  * 2024년 12월 20일 금요일입니다.남을 바꾸기 보다는 자신을 바꾸는 게 훨씬 쉽습니다.변화에 적극적인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동면을 꿈꾸며 _ 임영준

동면을 꿈꾸며                            임영준  으슥한 틈만 보이면날선 바람이 몰아치느니이제 더 이상숨어들 모퉁이도 없는데진즉 탈락한 패배자들에게이 겨울은 차라리공평하다빙점을 망각한 세계의 중심에서핫바지로 마주선 인종들도예각으로 한 측 가르고 서 있지만갈증 나는 이방인들의 열망으로또 한 시절이 끓어오른다조금만 눈을 돌리고긴 잠에 들어버리면 될 듯도 한데그것도 선택된 자들의 몫이 아닌지그래도 나는 고대의 끈을 움켜쥐고동면을 꿈꾼다  *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입니다.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는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게으름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 해를 보내며 _ 이시은

한 해를 보내며                             이시은  봄꽃에 아리던 눈녹색물결로 씻어내고단풍물결한바탕 소리치다 떠난 자리 턱에 숨 걸리던 여름에는다시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찾아오고먼 길 떠난 정인 같은 눈발 찾아오면아쉬움만 눈꽃으로 피어난다 한 장 남은 달력은가쁜 숨 몰아쉬며 달려가고쳇바퀴 도는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송년을 노래하는 사람들 십이월 끝자락으로 걷는 길은삼베옷 입고 얼음 위를 걷는 느낌잘가라보내는 인사말은 짧을수록 좋은 것십이월에는생각들이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 2024년 12월 18일 수요일입니다.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고 꾸준히 하면 변화가 찾아옵니다.루틴을 잃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강연호

길                      강연호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점들의 집합을 선이라 한다최단거리일 때 직선이라 부른다수학적 정의는 화두나 잠언과 닮아 있다때로 법열을 느끼게도 한다길이란 것도 말하자면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점들의 집합이다최단거리일 때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동안점들은 언제나 고통으로 갈리고점들은 마냥 슬픔으로 꺾여 있다수학적으로 볼 때 나는 지금임의의 한 점 위에서 다른 점을 찾지 못해우두커니 서 있는 셈이다그러니까 처음의 제 몸을가르고 꺾을 때마다 망설였을 점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해곰곰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입니다.어설프게 조금 알 때가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올바른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여백 가득히 사랑을 _ 노은

여백 가득히 사랑을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컥해진다.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거울 앞에서도 얼굴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비추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입니다.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는 법입니다.여유 있고 당당한 뒷..

간절히 _ 반기룡

간절히                          반기룡  간절히 바라오니온 세상이 함박눈처럼순수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간절히 기도드리오니이 세상이 목단꽃처럼아름다웠으면 참으로 행복하겠습니다 간절히 청하오니온 누리가 태양처럼열정적이면 진정으로 기쁘겠습니다 간절히 희망하오니이 지구상 모든 사람이 유리창처럼투명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간절히 믿사오니이 사회가 신뢰와 정직으로 가득차정의의 물결이 두만강에서 낙동강까지 넘쳐흐르면가슴 속 응어리가 봄눈처럼 사라지겠습니다 간절히 간구하오니이 조직이 나눔과 베품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칠지라도 말똥벌레처럼서로 떠밀고 핑계를 대지 않는다면진실로 덩실덩실 춤을 추겠습니다  *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입니다.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요약 _ 이갑수

요약                            이갑수  모든 일은 시작하는 순간 반으로 요약된다배부름은 첫술에 요약되어 있다어떤 술도 그 맛은 첫잔과 마주한 사람이 나누어 좌우한다귀뚜라미는 소리로서 그 존재를 간단히 요약한다평행한 햇살을 요약하여 업은 잎사귀 하나 아래로 처지고 있다방향은 가늘게 요약되어 동쪽은 오로지 동쪽만을 묵묵히 담당한다요란한 것들을 집합시켜 보면 사소한 것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물질은 한 분자에 성질을 전부 요약하여 담는다한 방울 바닷물이 바다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서해는 서해를 찾아드는 모든 강의 이름을 요약한다목숨은 요약되어 한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있다파란만장한 생애는 굵고 검은 활자로 요약되어 부음란에 하루 머무른다하루살이는 일생을 요약하여 하루에 다 산다 너는 모든 남..

12월의 독백 _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입니다.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입니다.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

흔들림에 닿아 _ 이성선

흔들림에 닿아                          이성선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빈산이 보인다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오랜 여운에 흔들릴 때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잎이 떨어진다무한 쪽으로 내가 열리고빈곳이 더 크게 나를 껴안는다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고요한 산과 나 사이가갑자기 깊이 빛난다내가 우주 안에 있다  * 2024년 12월 9일 월요일입니다.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중요한 건 그래도 작은 희망들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홍승환 드림

비움 _ 박인걸

비움                        박인걸  숲은 해마다 한 번자신을 깨끗이 비운다.가졌던 모든 것을사뿐히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충만함비움으로 채워지는역설의 복음이겨울 숲에 넘친다. 움켜잡으면 추하고놓지 않으면 뺏기고주지 않으면 썩는 것을체험을 통해 안다. 빈손으로 서서가난해도 당당한나목들의 굳센 의지가신앙만큼 강하다.  * 2024년 12월 6일 금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미련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