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시 8

벗 _ 조병화

벗 조병화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 2023년 5월 4일 목요일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많은 비가 온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_ 노여심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노여심 꽃은 피우는 거지 만드는 게 아니야 날마다 들여다보고 날마다 말 걸어서 새싹 쏘~옥 나오게 하고 예쁘다 예쁘다 칭찬하면서 어린잎 키우는 거야 꽃받침 위로 꽃잎 터지면 조용! 말하지 말고 그냥 웃어줘야 해 그렇게 핀 꽃은 나를 보고 더 많이 웃을 걸 꽃하고는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입니다. 억지로 만드는 것보다는 시간으로 만들어진 게 자연스러운 법입니다. 자연스러운 시간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22년 9월 28일 수요일입니다...

돌멩이 하나 _ 김남주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2021년 12월 17일 금요일입니다. 어떤 돌멩이 하나는 역사를 바꾸기도 하죠.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

참된 친구 _ 신달자

참된 친구 신달자 나의 노트에 너의 이름을 쓴다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이건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내가 지은 이름만은 아니다 너를 처음 볼 때 이 이름의 주인이 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나의 것´이라 하지 않고 ´우리의 것´이라 말하며 산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라 너의 활짝 핀 웃음을 보게 세상엔 아름다운 일만 있으라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을 못하는 바보 마음을 알아 주는 참된 친구 있으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

친구 바람에게 _ 이해인

친구 바람에게 이해인 나뭇잎을 스치며 이상한 피리 소리를 내는 친구 바람이여 잔잔한 바다를 일으켜 파도 속에 숨어 버리는 바람이여 나의 땀을 식혀 주고 나의 졸음 깨우려고 때로는 바쁘게 달려오는 친구 바람이여 얼굴이 없어도 항상 살아 있고 내가 잊고 있어도 내 곁에 먼저 와 있는 너를 나는 오늘 다시 알았단다 잊을 수 없는 친구처럼 나를 흔드는 그리움이 바로 너였음을 다시 알았단다. * 2019년 5월 21일 화요일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봄날의 아침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름다운 사람 _ 이성선

아름다운 사람 이성선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 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 2019년 4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자신만 모르는 자신만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 되시..

하늘이 보이는 때 _ 이복숙

하늘이 보이는 때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볼 적마다 이제는 늘 하늘을 보며 살자 마음먹지만 그러한 생각은 곧 잊히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은 열리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만에야 참 오랜만에야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 2019년 3월 7일 목요일입니다.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아침이네요.답답한 것들을 치워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