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335

농무 _ 신경림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구경꾼들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따라붙어 악을 쓰는 것은 쪼무래기들뿐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철없이 킬킬대는구나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 2024년 5월 23일 목요일입니다.민중시..

물음표가 걷고 있다 _ 정용화

물음표가 걷고 있다                                       정용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지팡이가 걷고 있다꼬부라진 등에 오던 길을 구겨 넣고노인을 끌고 지팡이가 길을 간다 마른가지에서 바람은 쉬이 흩어지고얼굴에 낯선 꽃을 피울 때면잎사귀들이 열리고 닫히면서메마른 웃음소리 흙냄새로 사라지고헐거워진 관절마다 신음소리 발자국으로 찍힐 때저승에서 보내오는 다리하나 화두를 던지듯마침표가 없는 물음표다점 하나 어디에 잃어버리고 온 것일까먼 길 오면서 빛과 어둠사이아니면인연과 인연사이 그 언덕 어디쯤 마침표를 찾아서길을 지우고 또 지우면서물음표에 한 생애가 매달려 걷고 있다  * 2024년 5월 22일 수요일입니다.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때 희열을 느낍니다.확신을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

미스터리 _ 김상미

미스터리                        김상미  모든 꽃은피어날 땐 신을 닮고지려할 땐 인간을 닮는다 그 때문에꽃이 필 땐 황홀하고꽃이 질 땐 눈물이 난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입니다.어디론가 훌쩍 뛰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은 체력이 만듭니다.걷거나 뛰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땀 흘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_ 배연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일곱빛깔 선연한 무지개처럼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고운 음률처럼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바다위에 내리는 은빛 달빛처럼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 2024년 5월 20일 월요일입니다.인생의 가장 기본철학은 모든 면에서 밝은 면을 보는 것입니다.긍정의 힘을 믿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공전 _ 정끝별

공전                               정끝별  별들로 하여금 지구를 돌게 하는지구로 하여금 태양을 돌게 하는끌어당기고부풀리고무거워져문득, 별을 떨어지게 하는저 중력의 포만 팔다리를 몸에 묶어놓고몸을 마음에 묶어놓고나로 하여금 당신 곁을 돌게 하는끌어당기고부풀리고무거워져기어코, 나를 밀어내게 하는저 사랑의 포만 허기가 궤도를 돌게 한다  * 2024년 5월 17일 금요일입니다.나비를 쫓기보다는 정원을 손질하는 게 낫습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새로운 길 _ 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2024년 5월 16일 목요일입니다.산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입니다.바지런히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남으로 창을 내겠소 _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밭이 한참 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샤나건웃지요  * 2024년 5월 14일 화요일입니다.요즘에는 편한 것이 힙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오늘은 쉼표가 많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과 언어 _ 문덕수

꽃과 언어                         문덕수  언어는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된다 언어는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펄럭이다가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불꽃처럼 타다간꺼져도 어떤 언어는꽃잎을 스치는 한 마리 꿀벌이된다  * 2024년 5월 13일 월요일입니다.성공은 매일 반복한 작은 노력들의 합입니다.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존재의 빛 _ 김후란

존재의 빛                          김후란  새벽별을 지켜본다사람들아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깨끗한 돌계단 틈에어쩌다 작은 풀꽃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존재의 빛모든 생의 몸짓이소중하구나  * 2024년 5월 10일 금요일입니다.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들길에 서서 _ 신석정

들길에 서서                               신석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나의 일과이거니   * 2024년 5월 9일 목요일입니다.성공은 꿈꾸고 믿고 대담해지고 실천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바지런히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