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378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_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2018년 2월 23일 금요일입니다.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나무를 보면 _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일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한 생애를 마주한 듯 하다. 나이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고 섭섭해하지 않는 풍모를 본다.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간소한 마음은 얼마나 편안할까? 노염타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짐 벗은 모양은 또 얼마나 가뿐할까? 겨울나무를 보면 옹졸하게 욕하고 서둘러 분개한 것이 무안해진다. * 2018년 2월 21일 수요일입니다.서두르다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가끔은 멈춰서서 지켜보는 지혜가 필요한 법입니다.차분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행복론 _ 최영미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몸을 최대한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한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고 특히 시는 절대로 읽지도 쓰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질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도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 2018년 2월 20일 화요일입니다.조금씩 미루다보면 태산 같은 숙..

꽃 _ 안도현

꽃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말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아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 2018년 2월 19일 월요일입니다.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젊은 날의 초상 _ 송수권

젊은 날의 초상 송수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슬픔을 나누고자 아는 사람에게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 주고 싶어도 끝내 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 젊은 날을 헤메인 사람은 행복하다 오랜 밤의 고통 끝에 폭설로 지는 겨울밤을 그대 창문의 불빛을 떠나지 못하는 한 사내의 그림자는 행복하다 그대 가슴속에 영원히 무덤을 파고 간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 아, 젊은 날의 고뇌여 방황이여 * 2018년 2월 13일 화요일입니다.오늘은 항상 내가 살아갈 날중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젊은 날의 소중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소금 _ 류시화

소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 다는 것을 * 2018년 2월 12일 월요일입니다.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고부정적인 사람은 한 게 없다고 하네요.한 주의 시작 활기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리라는 말은 _ 홍수희

우리라는 말은 홍수희 얼마나 다정한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따뜻한 말 나는 알지 못하네 눈이 맑은 그대 얼굴 바라볼 때에 외로웁지 않겠네 우리 함께 한다면 너와 내가 혼자 서 있을 때엔 빙산처럼 차가웠던 잿빛 슬픔도 ´우리´라는 말 앞에선 봄눈 속의 아지랑이 없던 용기 불쑥 솟아오르네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라는 말 그보다 사랑스런 몸짓 알지 못하네 아무리 험한 세상 거센 비바람에도 두려울 것 없겠네 우리 함께 간다면 혼자서는 완성되지 않는 그 말이 너와 내가 노래하며 다정히 손잡을 때에 눈부시게 웃으며 피어난다네 불꽃보다 뜨거워라 ´우리´라는 말 * 2018년 2월 9일 금요일입니다.연일 매섭던 한파가 조금 누그러졌네요.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하루만의 위안 _ 조병화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 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 2018년 2월 8일 목요일입니다.좋은 말은 좋은 옷보다 더 따뜻한 법입니다...

길 _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2018년 2월 7일 수요일입니다.잃고 있는 것을 알지만 내버려두는 것은 무서운 일입니다.하지만 잃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잃어버리는 일 없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알 수 없어요 _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