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시 1378

우리가 어느 별에서 _ 정호승

우리가 어느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는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 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는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해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2017년 12월 1일 금요일입니다.이제 2017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남았습니다.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연말연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 _ 홍승환

가 홍승환 가라고 말하면가버리는 사람이 있다 가라고 말해도가지않는 사람이 있다 가라고 말하는 건가지 말라고 말하지 못해 하는 말이다 가라고 가라고 가라고마지 못해 말해버린 나는가지 않고 기다리는 너를 시험해 보는 말이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며가지않는 너를 시험해 보는 말이다 가는 사람은 오지 않는 사람은가지 못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가라 가라 가버려가식을 버리고 진실만을 알려다오.

수취인불명 _김종제

수취인불명 김종제 값 비싼 우표를 붙여 끊임없이 편지를 보내지만 받아주는 곳이 전혀 없어 붉은 낙인 찍혀 되돌아온 살갗이 문패 아래 수북하게 쌓여있다 내가 바람이었다고 눈비 섞어내리는 문 밖을 한결같이 나서는데 붙잡을 힘도 없는 어머니는 마냥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추풍의 낙엽처럼 흩어져버린 아버지를 주워 읽는다 저 퇴색한 잎 하나에 하루만큼의 기억이 담겨 있어 아버지를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만주로 시베리아로 돌아다녔으니 낡고 병 들은 몸이 곧 소멸하리라 어디 홀로 멀리 가버려 행방불명으로 신고하기 전에 불 질러버리겠다고 한 곳에 가득 쓸어 모아놓는다 매캐한 냄새가 퍼져 나가며 아버지가 활활 타오른다 눈 앞을 가리는 이 지독한 연기 같은 生이 수취인불명 아니었을까 어제 흘린 눈물이 바닥에 가득 고여 있어..

애너밸리 _ 애드가 알렌 포우

애너벨 리 애드가 알렌 포우 아주 먼 옛날의 일입니다. 바닷가 어느 왕국에 애너벨 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나의 사랑을 받는 일만을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바닷가 그 왕국에서.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습니다. 하늘의 날개 달린 천사들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 때문이었습니다.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서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한 것은. 그래서 그녀의 지체높은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데려가서는 바닷가 이 왕국의 무덤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반만큼도 행복치 못한 하늘의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줄곧 질투했던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러기에(바닷가 이 왕국의 모든이가 안답니다) 바람..

소금 _ 류시화

소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 다는 것을 * 2017년 11월 28일 화요일입니다.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오후 비 소식이 있으니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기 바랍니다.어제보다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입니다.유연함이 있어야 부러지지 않는 법입니다.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사랑 _ 임영준

겨울사랑 임영준 다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하얀 눈이 되고 싶습니다 뽀드득 밟히기도 하고 소담스레 뭉쳐지는 정겹기만 한 기쁨이고 싶습니다 영영 그대를 만날 수 없다면 그리움을 꽁꽁 품을 수 있는 만년얼음이고 싶습니다 햇살아래 일렁이면서도 머뭇거리지 않는 뿌리 깊은 아픔이고 싶습니다 *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입니다.제법 많은 눈이 내린 겨울아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