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시 26

초록빛 휘파람 _ 이동식

초록빛 휘파람 이동식 그리운 사람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하늘 한 모서리 지상 한 귀퉁이 해가 뜨고 지는 자리에서 원치 않는 슬픔과 고통이 우리의 삶을 그늘지게 하여도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날엔 초록빛 휘파람을 불자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내 간절한 마음 그리운 사람에게 날아갈 수 있도록 날아가 그리운 사람의 가슴에 행복의 둥지를 틀 수 있도록 * 2021년 6월 11일 금요일입니다. 눈을 편하게 하는 초록이 가득한 계절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세 잎 클로버 _ 정연복

세 잎 클로버 정연복 어린 시절에 토끼풀 우거진 들판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애쓰던 추억이 있다 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 사이로 번쩍 눈에 띄는 네 잎 클로버는 눈부시게 황홀했지. 며칠 전, 어느 두툼한 책의 모퉁이에서 우연히 눈길이 닿은 한 구절이 벼락처럼 내 가슴을 내리쳤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그래, 행운은 내게로 오지 않아도 좋으리 눈부신 행운을 꿈꾸지는 않으리 다만, 들판의 세 잎 클로버처럼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생명의 기쁨을 느끼는 욕심 없는 마음 하나 가질 수 있기를! 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 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 ´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 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 2021..

큰 나무 아래서 _ 김정한

큰 나무 아래서 김정한 큰 나무 아래의 그늘은 넓고도 깊다 그래서 지친 사람들이 쉬어간다 나무는 나이가 몇인지 한번도 알려준 적 없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나이를 짐작한다 나무는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다 큰 나무는 비나 바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찮은 것이라도 절대 자기 밖으로 밀어내는 일이 없다 넉넉한 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똑같이 쉴 자리를 만들어준다 * 2021년 5월 17일 월요일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시간입니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상처에서 배운다 _ 이만섭

상처에서 배운다 이만섭 묵은 나무의 옹이를 보면 대개 상처가 안으로 들려있다 밖으로 드러난 경우라도 애써 그곳을 감싼 흔적이 역력하다 몸 일부분이기에 당연한 일일 테지만 할 수 없는 경우라도 고통의 세월 밖으로 새살을 돋아내며 아물 때까지 참아냈으리라 설사 아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라도 몸 안에서 베푼 용서가 장하다 일찍이 상처로서 몸을 지켜냈기에 옹이는 나무의 훈장과 같다 옹이를 보면 나무가 더 단단해 보인다 * 2021년 5월 6일 목요일입니다. 크고 작은 상처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법입니다. 단단해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 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 2021년 4월 16일 금요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무서운 법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_ 법정스님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법정스님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에 따른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 흐르는 강물은 같은 강물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강물은 이렇듯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늘 새롭다. * 2021년 4월 15일 목요일입니다. 구구단을 모르면 수학이 어려운 법입니다. 기초를 탄탄히 쌓는 하루..

숲 _ 반기룡

숲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원가지 곁가지 잔가지 마른가지 할 것 없이 포옹하며 모진 비바람 견디어 내는 것을 사람이 사는 것도 별것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 기대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고 가려울 때 그 부분을 긁어주며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함께 뒹구는 것이다 햇살과 비바람이 존재하기에 빛과 어둠이 상생하기에 자신의 밝고 어두운 여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2021년 3월 18일 목요일입니다. 나무들 하나하나는 보지만 숲을 못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큰 숲을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처럼 흘러라 _ 법정스님

물처럼 흘러라 법정스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정리와 계획의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은 너에게로 _ 박노해

별은 너에게로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2020년 4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지금 제 아들 나이의 아이들 300여명이 아쉽게 별이된 지 6년이 되었네요. 세월호 참사의 안타까움을 잊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지구 신발 _ 함민복

지구 신발 함민복 너 지구 신발 신어 봤니? 맨발로 뻘에 한번 들어가 봐 말랑말랑한 뻘이 간질간질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며 금방 발에 딱 맞는 신발 한 켤례가 된다 그게 지구 신발이야 지구 신발은 까칠까칠 칠게 발에도 낭창낭창 도요새 발에도 보들보들 아이들 발에도 우락부락 어른들 발에도 다 딱 맞아 지구 신발 한번 꼭 신어 보렴 * 2020년 4월 8일 수요일입니다. 맨발로 땅을 밟고 흙을 밟아 본게 언제이신가요? 바쁜 일상중에도 소소로운 여유를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