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시 1164

시월 _ 만성

시월                         만성  10월은 시월이다적당히 시원하고 적당히 쓸쓸하다혼자도 좋고 누구와 오랜만에 만나도 좋다선선한 아침도 좋고 노곤한 저녁도 좋다시간에서 행간을 읽을 수 있는 계절이다10월은 시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 2024년10월 18일 금요일입니다.단풍이 조금씩 보이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한 주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흔들린다 _ 함민복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는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직하는 일도다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 2024년 10월 17일 목요일입니다.흔들리지 않으면 부러지는 법입니다.유연함을 배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길을 찾는 영혼 _ 정유찬

길을 찾는 영혼                                정유찬  그것은순수한 명상으로 잔잔해진신성한 연못이다 그러면서도열망으로 가득 찬 불덩이가 아닌차라리 푸른 불꽃 열정과 갈증 사이를 오가며여러 차이와 경계를 허물고어둔 길을 어둡게 두지 않을 빛 비록 타고난 방황처럼발걸음 어지러이 느껴질 때조차캄캄한 어둠을 비추는 것이다 그러한 방랑은태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거룩하고 숙명적인 사색의 본능이니 사실, 길을 찾지 않는 영혼은 없다  * 2024년 10월 16일 수요일입니다.매일 반복되는 행동들로 캐릭터가 만들어집니다.좋은 행동들을 많이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에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보이지 않는 길을바람은 용케 찾아간다.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바람은 바람길을 간다.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24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모든 길은 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나의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어느 늦은 저녁 나는 _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  *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입니다.영화, 드라마, K팝에 이어 K문학까지...다시 한 번 한글이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훔치기 _ 박해옥

가을 훔치기                            박해옥  알밤 몇 톨 줍기로서니나무 뒤에 빠끔히 숨어알사탕 같은 눈으로 째리는뭐냐, 넌볼때기 터지게 날라다 숨겼잖아산 임자도 아닌 것이 노랑 깔때기 피겠지분홍 깔때기 피겠지까맣게 영글은 분꽃 씨를 따며꿈은 어느새 색색 깔 꽃을 밀어 올리는데앗, 따가죽비 침 한방 놓고 앵 달아나는넌 또 누구라니꽃밭 임자도 아닌 것이 가을 몇 점 훔치려다손가락질만 당했다  * 2024년 10월 7일 월요일입니다.계절의 신비로움을 느끼는 날씨입니다.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조용한 일 _ 김사인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그냥 있어볼 길밖에는 없는 내 곁에서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2024년 10월 4일 금요일입니다.조용함이 더 좋은 상황들이 있습니다.차분하고 조용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서한 _ 나태주

가을서한                             나태주  1당신도 쉽사리 건져주지 못할 슬픔이라면해질녘 바닷가에 나와 서 있겠습니다.금방 등돌리며 이별하는 햇볕들을 만나기 위하여.그 햇볕들과 두번째의 이별을 갖기 위하여.2눈 한 번 감았다 뜰 때마다한 겹씩 옷을 벗고 나서는 구름,멀리 웃고만 계신 당신 옆모습이랄까?손 안 닿을 만큼 멀리 빛나는 슬픔의 높이.3아무의 뜨락에도 들어서보지 못하고아무의 들판에서 쉬지도 못하고기웃기웃 여기 다다랐습니다.고개 들어 우러르면 하늘, 당신의 이마.4호오, 유리창 위에 입김 모으고그 사람 이름 썼다 이내 지우는황홀하고도 슬픈 어리석음이여,혹시 누구 알 이 있을까 몰라  * 2024년 10월 2일 수요일입니다.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오..

말의 품격 _ 이기주

말의 품격                           이기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자기의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말하는 법을 배우고 품격있는 말을 사용해야겠습니다.  * 2024년 9월 30일 월요일입니다.그 사람의 언행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법입니다.품격있는 말을 사용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만년 _ 황학주

만년                          황학주  조용한 동네 목욕탕 같은하늘 귀퉁이로목발에 몸을 기댄 저녁이 온다. 만년은 갸륵한 곳눈꺼풀 처진 등빛, 깨져간다.눈꺼풀이 맞닿을 때만 보이는 분별도 있다. 저녁 가장자리에서사랑의 중력 속으로 한번 더 시인이여,외침조차 조용하여 기쁘다. 하늘 귀퉁이 맥을 짚으며물 흐르는 소리에 나는 웃음을 참는다. 땅거미와 시간을 보내는혼자만의 땅거미 무늬가 내게 있다.  * 2024년 9월 27일 금요일입니다.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실수가 적어집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