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에 닿아 _ 이성선 흔들림에 닿아 이성선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빈산이 보인다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오랜 여운에 흔들릴 때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잎이 떨어진다무한 쪽으로 내가 열리고빈곳이 더 크게 나를 껴안는다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고요한 산과 나 사이가갑자기 깊이 빛난다내가 우주 안에 있다 * 2024년 12월 9일 월요일입니다.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요즘입니다.중요한 건 그래도 작은 희망들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2.09
비움 _ 박인걸 비움 박인걸 숲은 해마다 한 번자신을 깨끗이 비운다.가졌던 모든 것을사뿐히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충만함비움으로 채워지는역설의 복음이겨울 숲에 넘친다. 움켜잡으면 추하고놓지 않으면 뺏기고주지 않으면 썩는 것을체험을 통해 안다. 빈손으로 서서가난해도 당당한나목들의 굳센 의지가신앙만큼 강하다. * 2024년 12월 6일 금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미련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2.06
하나밖에 없다 _ 천양희 하나밖에 없다 천양희 나무는 잘라도 나무로 있고물은 잘라도 잘리지 않습니다산을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물은 거슬러 오르지 않습니다길은 끝나는 데서 다시 시작되고하늘은 넓은 공터가 아닙니다시간이 있다고 다시 오겠습니까밀물 썰물이 시간을 기다리겠습니까인생은 하나밖에 없고나 또한 하나밖에 없습니다시간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 2024년 12월 5일 목요일입니다.하나밖에 없는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2.05
마침표 하나 _ 황규관 마침표 하나 황규관 어쩌면 우리는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삶이 온각 잔가지를 뻗어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또 울었을까소멸이 아니라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비문도 미문도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마침표 하나,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 2024년 12월 3일 화요일입니다.고객 경험의 공간은 역시 오프라인이 강력합니다.만남을 성사시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2.03
12월엔 _ 이희숙 12월엔 이희숙 그리움이 얼마나 짙어바다는 저토록 잉잉대는지바람은 또 얼마나 깊어온몸으로 뒤척이는지 묻지 마라차마 말하지 못하고돌아선 이별처럼사연들로 넘쳐나는 12월엔죽도록 사랑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고어쩌다보니 사랑이더라는낙서 같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12월엔 * 2024년 12월 2일 월요일입니다.올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시작되었습니다.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2.02
겨울풍경을 찍다 _ 안시아 겨울풍경을 찍다 안시아 불룩하게 내려앉은 하늘,시위를 당긴다 아!발자국이 느낌표로 찍 나온다골목을 돌아 나온 바퀴 곡선은기호처럼 삼거리를 표시하고가늘게 휘어진 가로수 가지 끝잎새의 무게가 매달려 있다오늘 지켜야할 약속 때문에외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어느 간이역 편도행 열차에 오른다포장마차는 밤이라는 경계를 오가며긴 줄기마다 알전구를 피워 올린다입간판에는 구룡포 갈매기가자음모음 제대로 설 얼어있다소나무 한 그루 좌표를 긋는 하늘아래,길들이 저녁의 불빛을 한데 끌어모은다서로에게 저물어가는 풍경들,모두 지나간 것처럼 시간은사진이 된다 *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입니다.인생은 자전거 타는 것처럼 계속 움직이며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열심..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1.29
눈 오는 집의 하루 _ 김용택 눈 오는 집의 하루 김용택 아침밥 먹고또 밥 먹는다문 열고 마루에 나가숟가락 들고 서서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방에 들어와또밥 먹는다 *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입니다.시간을 엎질러 그때를 주워담을 수는 없습니다.오늘에 충실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1.28
따뜻한 얼음 _ 박남준 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그 빛나는 것이라니 * 2024년 11월 26..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1.26
하루를 습작하며 _ 목필균 하루를 습작하며 목필균 어디 다시 살아볼 하루가 있었나요언제나 잘 살아보겠다고 마음만 먹었지 마음의 텃밭에 조각조각 나누어진하루를 호미질 하며돌멩이 골라내고 잡풀 뽑아주지만모래알처럼 부서지는 토질에 실하지 못한들꽃 모종이 시들어져 있네요가시 돋친 선인장이라면 모를까누가 모진 모래바람 그리 잘 견디겠어요 일기장 속엔 수없이 반성문을 써가면서기름진 거름 한 줌 뿌려주면서깊은 밤까지 애태워 보아도완결된 하루는 없고붉게 퇴고한 원고지만 하루치 무게로내려앉네요 * 2024년 11월 25일 월요일입니다.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말을 들어도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1.25
후회는 아름답다 _ 심재휘 후회는 아름답다 심재휘 나태한 천장을 향해 중얼거려 보지만보고 싶다는 말은 이제 관습적입니다 햇빛을 향해 몸을 뒤척이는 창가의 꽃들그들의 맹목은 또 얼마나 무섭습니까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때늦은 후회밖에 없다 할지라도후회는 늘 절실하므로 아름다웠습니다 어떤 그리움보다도나의 후회 속에서 그대는 늘 보고 싶었습니다 *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절기상 소설입니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는 게 방법일 수 있습니다.가볍게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