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61

키 _ 유안진

키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는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 2018년 2월 1일 목요일입니다.마음의 키는 성장에 한계가 없습니다. 마음의 키를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_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

아침의 향기 _ 이해인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2018년 1월 29일 월요일입니다.과거는 존재하지만 미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멋진 미래를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기다림의 나무 _ 이정하

기다림의 나무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 때즘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량한 그곳에 홀로 서서 잠 못 들던 숱한 밤의 노래를 부르리라.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어둠속에 서글펐던 지난날의 노래를 부르리라.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간 그대는 바람이었네 * 2018년 1월 24일 수요일입니다.올 겨울 가장 추운 아침 날씨입니다.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좋겠다 _ 백창우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18년 1월 17일 수요일입니다.좋은 말은 좋은 옷보다 더 따뜻합니다.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낯선 곳 _ 고은

낯선 곳 고은 떠나라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인도네시아가 아니라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그리하여 할머니조차새로움이 되는 곳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도 버리고 떠나라떠나는 것이야말로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최초의 탄생이다.떠나라 * 2018년 1월 16일 화요일입니다.익숙하던 것들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낯선 새로움을 발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간 _ 조병화

시간 조병화 시간도 머물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동안은 묵묵히 흐르는 유구한 시간도 발을 멈추고 사랑, 그 옆에서 기다려주곤 합니다. 덧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허무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무정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잔인한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고 속절없는 것이 시간이라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 사랑 옆에선 발을 멈추고 시간이 중단된 우주를 마련해 주곤 합니다. 언제까지나, 그러다간 사랑이 지나가면 겉잡을수 없는 시간의 속도, 아, 그러한 세월의 길을, 사람은 인생이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 2018년 1월 15일 월요일입니다.미세먼지와 함께 겨울비가 내린 촉촉한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건강하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_ 박노해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사람만이 희망이다 * 2018년 1월 9일 화요일입니다. 나 자신을 웃게 만들 수 있는 일을 찾는게 중요합니다.좋아하는 일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18년 1월 8일 월요일입니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