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유하
오늘밤 나는 비 맞은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서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제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은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 2024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
거리에 꽃망울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짜릿한 봄을 기대해 봅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_ 반칠환 (28) | 2024.03.29 |
---|---|
멸치 _ 문순태 (21) | 2024.03.28 |
나의 생은 자작나무 까풀처럼 얇다 _ 최숙 (25) | 2024.03.26 |
그림자 찾기 _ 배영옥 (21) | 2024.03.25 |
순서가 없다 _ 천양희 (23) | 2024.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