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당신 _ 유하

시 쓰는 마케터 2024. 3. 27. 08:20

 

 

 

당신

 

                            유하

 

 

오늘밤 나는 비 맞은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려다, 너무 엄살 같아서 지운다

 

하지만 고통이여, 무심한 대지에서 칭얼대는 억새풀

마침내 푸른빛을 얻어내듯, 내 엄살이 없었다면

넌 아마 날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매의 엄살인 꽃봉오리와

내 삶의 엄살인 당신,

 

난 오늘밤, 우주의 거대한 엄살인 별빛을 보며

피마자는 왜 제 몸을 쥐어짜 기름이 되는지

호박잎은 왜 넓은 가슴인지를 생각한다

 

입술은 달싹여 무언가 말하려다,

이내 그만두는 밑둥만 남은 팽나무 하나

 

얼마나 많은 엄살의 강을 건넌 것일까

 

 

* 2024년 3월 27일 수요일입니다.

거리에 꽃망울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정의가 실현되는 짜릿한 봄을 기대해 봅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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