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고 하찮은 것 _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

 

                                  안도현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올 때가 있네

도꼬마리의 까실까실한 씨앗이라든가
내 겨등랑이에 슬쩍 닿는 민석이의 손가락이라든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와서 나를 갈아엎는
치통이라든가
귀틀집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라든가
수업 끝난 오후의 자장면 냄새 같은 거

내 몸에 들어와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마구 양푼 같은 내 가슴을 긁어댈 때가 있네

사내도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네
고대광실 구름 같은 집이 아니라
구름 위에 실컷 웅크리고 있다가
때가 오면 천하를 때릴 천둥 번개 소리가 아니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에 들어오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서러워져
소주 한 잔 마시러 가네

소주. 아주 작고 하찮은 것이
내 몸이 저의 감옥인 줄도 모르고
내 몸에 들어와서
나를 뜨겁게 껴안을 때가 있네

 

 

* 2025년 7월 1일 화요일입니다.

한 해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일들로 가득한 하루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홍승환 드림

 

===============================================

 

The Very Small and Insignificant
 
                                                               Ahn Do-hyun
 
 
Sometimes something very small and insignificant enters my body
like the tiny seeds of a bellflower
like Minseok's fingers gently touching my armpit
like a toothache that comes and grinds me once in a while when I forget about it
like the sound of water dripping from the eaves of an outhouse
like the smell of a jajangmyun in the afternoon after class.

There are times when something so tiny and insignificant
enters my body and scratches my heart like a
brass bowl.

Sometimes even a man wants to cry alone
Not in a house like the ancient luminescent clouds
Crouching silently on the clouds
Not in the thunder and lightning that will strike the heavens when the time comes
When something very small and insignificant enters my body
I feel unbearably sad
and go to drink a glass of soju

Soju. There are times when a very small and insignificant thing
enters my body, not knowing that my body is my prison,
and embraces me hotly,
hugging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