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별 _ 김춘수

마음은 늘 어린아해 2025. 9. 16. 09:15

 

 

 

 

                   김춘수



같은 말도 굴릴 때마다
다른 소리를 낸다.
한때는 별이
금은金銀의 소리를 냈다. 그 소리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했다.
요즘 서울의 하늘에는 별이 없다.
별은 어디로 숨었나.
나뭇가지에 걸린 그림자처럼
할쑥하게 바래진 누군가의 그 그림자처럼
바람에 흔들리다 흔들리다
제물에 사그러진다.
혓바닥을 칫솔질하는 어디선가
그런 소리가 난다.
지금 나는 별이란 말을 새삼
잇새로 굴리고 있다.
참 오랜만이다.

 

 

* 2025년 9월 16일 화요일입니다.

하늘을 바라봐야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밤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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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ar

 

                                  Kim Chun-soo

 

 

Even the same words

make different sounds each time they are rolled.

Once, a star

made the sound of gold and silver. That sound

seemed to be heard from very close.

These days, there are no stars in the sky over Seoul.

Where have the stars hidden?

Like a shadow caught on a tree branch,

like someone's bleached-out shadow,

it sways and sways in the wind

and fades away on its own.

From somewhere, where a tongue is being brushed,

such a sound is made.

Now, I roll the word "star" again

between my teeth.

It's been a long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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