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 박노해

시 쓰는 마케터 2017. 12. 13. 09:07




솔개는 제 부리를 깬다


                                박노해



창공에 솔개 한마리 유유히 원을 그리면
온 마을 짐승들이 숨어들기 바빴지

솔개는 40년을 날아 다니다 보면 
서슬푸른 발톱과 부리에 힘이 빠지고
깃털은 두꺼워져 날기조차 힘이 든다지

몸이 무거워진 솔개는 험한 산정으로 올라가
절벽 끝 바위를 쪼아 낡아진 부리를 깨고
밤마다 굶주린 창자로 홀로 울부짖는다지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발톱을 뽑아내고
두꺼워진 깃털마저 다 뽑아낸다지

그렇게 반년의 처절한 환골탈태 수행을 거치면
솔개는 다시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떠올라
새로운 30년을 더 서슬 푸르게 살아간다지

모두가 잠든 한밤중
타악- 타악- 
절벽끝에 제 부리를 깨는 
솔개의 소리없는 새벽울음



* 2017년 12월 13일 수요일입니다.

가끔은 솔개의 결단력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