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09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19년 12월 4일 수요일입니다. 김장이 제 맛이 들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참고 기다리는 법을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끔은 작고 아름다운 것이 _ 이기철

가끔은 작고 아름다운 것이 이기철 냇물이 흙에 스미며 스스로 제 몸을 조금씩 줄이는 일 가끔은 저렇게 작고 아름다운 것이 내 가슴을 칠 때가 있네 시인이 시를 쓰려고 만년필 뚜껑을 여는 일 저녁이 되어 세상의 아낙들이 쌀을 씻으려고 쌀독의 뚜껑을 여는 일 착한 소와 말들이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마구간에서 고단한 눈을 감는 일 저 작고 아름다운 것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거룩하게 보일 때가 있네 * 2019년 12월 3일 화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그 사람의 평판을 만들게 됩니다.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의 시 _ 이해인

12월의 시 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섞음을 용서 하십시..

공존의 이유 _ 조병화

공존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애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 2019년 11월 28일 목요일입니다. 열정이 있는 사람만이 성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행하는 사람만이 성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열정으로 실행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타리꽃 _ 이성선

마타리꽃 이성선 갸름한 목 하늘로 빼올리고 수줍어 웃는 마타리꽃 곁에서 너를 바라보고 서 있으면 멀리 떠나간 그리운 사람 앞에 돌아와 서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너와 함께 들길을 걸어가면 하늘의 물소리가 들린다. 별들과도 이야기한다. 허수아비가 바람에 흔들리고 송아지가 운다. 낮달이 하느님처럼 어깨너머 다정하다. 구름의 손짓을 느끼며 옛사람을 생각하는 마타리꽃 -- 이젠 사랑하리라. 기다림을 넘어서 기도하리라. 너의 등뒤에 황혼이 붉게 깔리고 별이 뜬다. 더 많은 별이 뜨면 너와 물을 건너 너의 나라로 가리라 * 2019년 11월 27일 수요일입니다. 노란 마타리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죠. 이제 노란 마타리꽃이 지고 하얀 눈꽃을 기대할 수 있는 겨울이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

신발 끈을 묶으며 _ 이수화

신발 끈을 묶으며 이수화 먼길을 떠나려 할 땐 끈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겠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삐걱이는 허리를 굽혀야 하는 불편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졸라맨 발목에서 숨이 콱콱 막히고 굵은 땀방울이 발등을 흐를지라도 거친 들길을 걸을 때에는 험난한 산길을 오를 때에는 끈이 달린 신발을 신어야겠습니다. 어지간한 비틀거림에는 끄덕도 하지 않고 힘에 겨워 넘어지고 쓰러질 때에라도 또다시 발목을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그리운 먼길을 걸어갈 때에는 헐거워진 가슴을 단단히 조여 매고 아린 발끝을 꼿꼿이 세워야겠습니다 * 2019년 11월 25일 월요일입니다. 가끔은 조금 불편한 것들이 긴장감을 줍니다. 긴장감으로 더 나은 결과들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책은 어두워지지 않는다 _ 강영환

책은 어두워지지 않는다. 강영환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책꽂이의 책들을 바래게 한다 햇살 아래 바래지 않는 책은 없다 열려진 책이거나 전혀 열려지지 않는 책이거나 햇살은 상관하지 않고 그것들을 조금씩 앗아간다 유리창으로 들어온 어둠이 책꽂이의 책들을 덮을 때에도 책은 어두워지거나 갑갑해하지 않는다 책을 열던 주름 투성이 손이 세상을 뜬 뒤에도 말없는 침묵으로 자리를 지키던 책들 책은 아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책꽂이에 가만히 꽂혀 있어도 손때 묻어 너덜너덜 헤어져도 결코 기다림의 모습을 끝내지 않는다 책꽂이의 책들은 어쩌면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을 바래게 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 어쩌면 * 2019년 11월 21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에 책이라는 사물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한 페..

내 가슴에 채우고 싶은 사람 _ 심성보

내 가슴에 채우고 싶은 사람 심성보 꽃이 피는 날에는 사랑하고 싶다 가녀린 너의 손을 잡고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랑 하나 되고 싶다 하늘의 노래를 들으며 자연의 마음을 들으며 당신이란 사람 하나 내 가슴에 꼭꼭 채우고 싶다 낙엽이 지는 날에는 너와 단 둘이 있고 싶다 가슴이 따뜻한 너를 안고 세상에서 가장 고운 정 하나 새기고 싶다 어둡고 시린 가슴끼리 부딪혀 뜨거운 불이 되고 싶다 이 세상 다 태워도 부족한 뜨거운 사랑 하나 되고 싶다. *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입니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꿈이 현실이 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기회는 없습니다. 뜨겁게 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빈 마음 _ 법정스님

빈 마음 법정 스님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올라와 펄럭거린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배우고 있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차다. * 2019년 11월 18일 월요일입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합니다. 여백의 미를 만드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_ 유안진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입니다. 보슬보슬 가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고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