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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의 힘 _ 줄임의 법칙

줄임의 법칙 바쁜 세상은 뭐든지 줄이도록 만든다. 시간도 줄이고 공간도 줄이고 말도 줄인다. 일본은 이어령교수가 쓴 책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처럼 축소지향의 나라다. 나는 일본을 가면 주로 비즈니스호텔에 머무는데 작은 공간에 있을 건 다 있는 걸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져 있다. 과자도 앙증맞은 것이 여간 예쁘지가 않다. 물론 맛이야 장담 못하지만. 물론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란 것은 일본인의 소심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실용적이면서도 정교한 솜씨를 의미한다. 좁은 땅에 효율적인 집을 짓는다든지 카메라나 컴퓨터를 보다 작게 만들면서도 정밀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들을 말한다. 큰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도 이런 점은 배워야 할 것 같다. 큰 차를 좋아하고 큰 차를..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_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화려한 쪽으로 가려다 헤어진 사랑을 본다. 너무 풍요로운 미래로 가려다 갈라진 사랑을 본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가는 사랑이다. * 2018년 1월 4일 목요일입니다.겨울다운 매콤한 공기의..

카피의 힘 _ 의성어의 법칙

의성어의 법칙 의성어는 소리를 흉내 내는 말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한 줄로 문장을 쓸 때 의성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통통 튀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다음 문장을 비교해 보라. 1. 그는 큰 소리로 웃었다. 2. 그는 껄껄껄껄 웃었다. 3. 그는 활짝 웃었다. 1은 보통의 서술적 문장이고 2는 의성어로 표현한 것이며 3은 의태어를 활용한 것이다.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어감이 달라진다. 의외로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글을 쓸 때 의성어나 의태어에 인색하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그저 초등학교 때나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나 이런 것을 활용하는 것이 유치해 보인다는 선입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잘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문장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 사물의 소리나 인간이 내는..

하 _ 홍승환

하 홍승환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만 보고 있다 하늘에 풀어놓은 푸른색은 희끗희끗 구름 장식을 달고 있다 하얀 자욱을 남기며 떠오르는 비행기의 모습처럼 하늘하늘 그대의 모습이 가물가물 멀어져간다 하찮은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는 시간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지는 그대의 모습 하릴없이 기다리다 지쳐버린 내 모습이 하나둘씩 유리창에 부서진다 하고많은 사람중에 왜 하필 당신인가 하다못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왜 당신인가 하강하는 새들의 날개처럼 접혀져 있는 마음 하마입 속같이 깜깜한 터널로 빠져든다 하마터면 잊혀져버릴 기억의 파편들로 하물며 스쳐지나버린 작은 떨림들까지 하드웨어에 깊숙히 저장해버린 몰래 지운 파일조차도 하루살이 불로 달려들듯 무모하게 되살려본다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_ 이해인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 2018년 1월 3일 수요일입니다.같은 돌이라도 누군가에는 걸림돌이, 누군가에는 디딤돌이 됩니다.디딤돌을 딛고 일어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카피의 힘 _ 의태어의 법칙

의태어의 법칙 "빠끔/두리번두리번/스윽(모습을 드러낸다)/ 짠!(남자 손에 들린 꽃다발)/배시시/우와~(꽃다발 선사연습1)/ 갸우뚱(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설레설레(고개를 젓는다)/ 와우~(꽃다발 선사연습2)/설레설레/긁적긁적긁적/반짝!" 이게 무엇일까?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글? 아니다. 이 문장은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여자를 위해 꽃다발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대본이다. 아니 이게 무슨 대본이야? 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모든 문장은 모두 대사다. 빠끔, 두리번두리번 등 모든 것이 뮤지컬 ‘두근두근’의 대사이다. 만화같은 곳에서 나오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대사의 전부인 뮤지컬이라서 화제가 되었다. 아이들이 보면 언어적 상상력을 많이 길러줄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어에는 의태어가 별로 없..

파 _ 홍승환

파 홍승환 파란 하늘을 하루에 한 번씩만 바라보세요.파격적인 그림들이 하늘에 수놓여 있을테니까요파국을 맞기 전 당신의 마음을 평온으로 바꿔놓을 수 있도록. 파도가 치는 바다를 상상해 보세요.파괴의 여신처럼 바위를 때리고 있는 하얀 거품들파김치가 된 당신에게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파자마를 입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보세요.파나마에 놀러온 아무 할 일 없는 상태의 자유로움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시간의 파편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파라솔 아래 선탠을 하는 당신을 그려보세요.파타야에 도착한 알록달록 티셔츠를 입은 당신파쇠기에서 흘러내리는 하얀 종이들처럼 기억을 지울 수 있도록. 파라핀에 누워 따뜻한 반신욕을 해 보세요.파리의 근사한 노천카페에서 사온 커피 한 잔과 함께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온 몸에 향기가 ..

행복 _ 유치환

행복 유치환 사랑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이 와선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도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2018년 1월 2일 화요..